에스파 콘서트 이후에는 그래서 할 말이 많이 남지 않았다. 그토록 거대한 공연장에서 그토록 완벽한 공연을, 그토록 완벽한 모습으로 올리는 것이, 그저 굉장했다. 그들은 별이었다가, 우주 전사였다가, 자식이었다가, 천사였다가, 친구였다가, … 그렇게 이랬다 저랬다 하며 우리의 중심에 현전했다. 플로어 가까이서 그들의 이목구비 하나하나를 알아보던 때보다 오히려 더 강하게 현전했다. 우리가 모두 스펙터클의 일부였다. 우리는 열광했고 너희는 기뻐했다. 우리는 때로 울었고 너희는 자주 웃었다. 그러니까, 여기에 3인칭은 없다. 1인칭과 2인칭뿐이다. 너와 나, 우리와 너희뿐이다. 이게 우리의, 서로의 우주였다.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우주, 공연장에 갇힌 우주, 공연장에 갇혔기에 가능한 우주. 설령 내가 너희를 그만 사랑하는 날이 오더라도 콘서트만큼은 계속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빛나는 시공간. 5분마다 반복되는 전율과 황홀. 그 모든 걸 가능케 하는 조명, 음향, 응원봉 중앙 제어, 거대한 스크린과 카메라워크, 무대 장치, … 그 하나하나가 별개의 행위자임을 잊게 만드는 너희의 현전. 완전한 집약으로서의 무대. 3시간 중 2시간은 말 그대로 왼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사진도 영상도 거의 찍지 않고(어차피 구석자리다) 오른손엔 응원봉을 들고 왼손은 입을 틀어막고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져서 정신을 못 차렸다. 마지막에는 먼저 세상 떠난 덕메 생각하며 울었다. 내 옆자리의 중국인 팬 분은 왜 울고 있었을까? 당신에게도 당신만의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사연이 없어도 울 만큼 감동적인 무대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