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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와의 공존?

Created
2025/03/1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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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자세히 글로 생각을 정리할 단계는 못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친구’라는 단어를 너무 낭만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동료나 이웃과 비슷한 층위의 무엇으로 둔다면, 그리고 이것을 모두 ‘공존’의 양식들로 생각한다면, 사실 이건 가능성의 문제보다 불가피한 조건에 가깝지 않나 생각. 새삼 ‘편’이 아닌 ‘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떠오르고. 우리가 누구와 함께 살지 결정할 수 없는 것이 삶의 조건이고, 사실 그걸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과 그걸 실현할 힘이 세상을 이 꼬라지로 만든 게 아닌가.
지금 이게 뭐 곰돌이푸극우여도괜찮아 이딴 소리를 하자는 게 아니다. 요즘 상황이 많이 힘든 건 알지만 이럴 때일수록 서로 (극우 말고 말이다, 진짜 우리끼리부터도) 무슨 고민이 있는지 좀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극우 얘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듣고, 기록하고, 서사화함으로써 개입하는 게 필요한 것과 ’들어주는‘ 건 다르니까. 그런데 어쨌든 왜 서로에게 이렇게까지 오해할 작정을 하고 덤벼대는 건지 모르겠다.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조금만 더 거기서 뭔가라도 배우려고 애쓰면 안 되는가? 타인을 배울 점이 있는 존재로 이해하는 것이 그렇게나 어렵단 말인가? 배우면서도 비판할 수 있음을 정말로 모르는가? 배우지 않는 비판이 도대체 무슨 쓸모란 말인가? 한편으로 바로 그 사고방식이야말로 작금의 공론장 꼬라지를 만들어낸 장본인 중 하나 아닌가? 이 모든 게 오직 극우만의 탓인가? 극우의 토양이나 조건이 우리로부터 무관하다는 말인가? 그런 부인전략이 우리가 우리의 세계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해하고 바꿔낼 가능성을 잠식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공존이든 우정이든 애시당초 엿같이 힘든 일이다. 공존 우정 친구 이런 걸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그거 아름다운 거 아니고 그런 적도 없었다. 그게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본인이 얼마나 편협한 온실을 구성했는지 돌아봐야 하는 거다. 에코챔버든 필터버블이든 뭐라고 부르든 그거 알고리즘만의 문제 아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자. 그리고 다른 사람 바보취급 좀 작작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은 당신들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하면서 산다. 당신이 알지 못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계기들 안에서 절박하게 울부짖기도 한다. 그러니 제발. 오해하려고 작정하고 모든 걸 아전인수하려 들지 말라고. 당신이 하는 당연하고 익숙한 비판을 정말 상대가 생각조차 안 해봤겠냐고. 다른 사람 무시 좀 작작 해라. 오만한 인간이 너무 많고 그게 우리의 무능이며 엘리트적 무능이다. 잔인하고 무능해지지 말자. 제발. 세상을 망치는 데 공모하지 말자. 극우가 사라진다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신들을 보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