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현실은 명백히 노동보다는 투자를 중심으로 설명해야 마땅하다. 노동이 아니라는 게 아니고 당연히. 우리가 소득과 임금보다는 가치와 매력으로 살아가며, 아직 없는 것에 대한 약속을 주고받는 것이 주된 일이며, 그걸 위해 나는 나의 삶과 커리어를 그럴싸하게 매끈한 하나의 덩어리로 만드는 게 일상인 곳. 노동자라는 틀로 묶었을 때 하나처럼 보이는 이들이 투자자와 피투자자라는 이름으로 묶으면 갈라지기 시작한다. 그 갈등과 균열에 진실이 있다.
닳고 닳아서 원래 그런 거라며 타인의 목소리 타인의 얼굴 타인의 마음에 무감각해진 자신을 변호하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지 않겠다. 덕분에 들뜬 마음은 좀 가라앉고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기이한 구조에 있는지 다시금 깨닫는다.
아득바득 타인의 기를 죽이고 이겨먹으려고 하는 모든 사람에게 피로감을 느낀다.
나는 타인에게 모멸감을 주는 글을 쉽게 쓰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결코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타인의 고통에 둔해지고 내 기준만 단단해지는 게 프로라면 나는 영원히 아마추어로 살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