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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솔함

Created
2025/04/0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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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쯤 된 이야기인데. 지금 남성들의 폭력적인 모습 이면에는 (당연히 이걸로 다 설명된다는 거 아니고 그딴 인과론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는 건 서로 제발 합의 좀 하고) 불안과 두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더니, 그거 위험하고 아주 잘 설명해야 할 문제라는 식으로 돌려 말하면서 자신이 전혀 동의할 수 없음을 표현하던 사람이 있었다(돌아보니 오직 표현만 고상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일 뿐이었네). 그런데 좀 웃긴 건, 평소 그 나이대 남성과 대면할 일조차 거의 없으면서 자기 편견과 미디어 보도만 가지고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근거도 대지 않았고. 북토크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마주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은 안 그랬으나 그런 경우에는 보통 중년이었다. 대체 고작 자기 삶으로 남의 삶을 어찌 그렇게 쉽게 단정짓고 평가한단 말인가? 그 나이를 먹는 동안 느는 게 경솔함뿐이라면 인간이란 참 절망적인 동물이 아닌가? 나는 지금까지 인생이 너무 금방 지나갔는데 겨우 이만큼 더 살면 환갑이라는 게 너무 충격적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나는 별것 아닌 머리와 경험을 갖고 살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그걸 알고 사는 것이다. 안다고 말이야 모두 하니까 고작 말할 줄 아는 걸로 만족하지 않는 것이다. 제발 경솔하게 살지 말자는 거고, 사실 그 출발점은 경청이고 호기심이며 (나와 너 모두에 대한) 다소간의 의심이다. 편의 언어, 편의 인식론에 갇힌 사람들은 여기서 못 벗어난다. 심지어 자기들이 곁을 파괴하는 데 공모한다는 걸 알지도 못하고 옳은 줄 안다. 곁의 인식론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