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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는 살기로 했다

Created
2025/01/2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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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증명과 변명>의 북토크가 여러 차례 예정되어 있는데, 그 이전에 알려야 할 사실이 생겼다.
우진은 다시 살아 보기로 했다. 나는 확실하게 안심하고 싶어서 몇 번이고 다시 묻고 확인했다. 그는 여러 차례 맞다고 대답했고, 이걸 밝히는 것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다. 이 글은 그에 따른 것이다.
그의 결정이 책 작업의 영향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다. 우진이도 책을 거듭 다시 읽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지만, 나는 책이 생사를 바꿀 만큼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새로 도전하고 싶은 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것은 자신보다 열 살쯤 많은 낯선 사람으로부터 도착했다. “넌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말과 함께. 내가 했을 때는 전혀 효과가 없었던 말이었다.
그의 새 과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낯선 사람과의 마주침에서, 그것도 아주 상투적인 말과 함께 갑자기 등장했다. 우진은 낯설고 진부한 마주침에서 좌절과 피로만이 아니라 새로운 자극과 가능성도 난데없이 등장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가 새로 좇는 것은 원래의 목표와는 조금 다르지만 여전히 증명이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궤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계기지만, 사실 나의 납득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의 마음이 바뀐 이후에도 어떻게 살면 좋을지에 대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여러 번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화가 나서 싸운 적도 있고,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해서 몇 시간 동안 붙들어 놓고 말린 적도 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우진이가 위험하고 불법적인 일에 휘말리는 것만큼은 보고 싶지 않은데, 옆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게 너무 어렵다.
친구로서 해줄 수 있는 게 도대체 뭘까, 친구는 뭘까, … 어쩌면 작년부터 오랫동안 나를 지배하고 있는 감각 중 무력감은 이것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병원을 다시 다녀보는 것도, 상담도 권했는데, 그 무엇도 내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고 두렵기도 하다. 대화를 나누고 싸우기도 하면서도 결국 친구를 믿어 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게.
책 작업을 시작하고 책이 나오기까지 사실상 2024년 한 해 내내 나는 그에게 붙잡혀 있었던 기분이다. 책을 쓰지 않았어도 스트레스는 극심했겠지만, 책 작업은 나를 더욱 이 친구로부터 분리할 수 없게 만들었다. 작업을 시작한 걸 자주 후회했고, 친구를 자주 원망했다. 그가 마음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수차례 재차 확인한 뒤에야, 좀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다.
그의 새로운 목표가 이번엔 또 어떤 흔적을 남길지 잘 모르겠다. 우진이는 꽤 이상한 놈이고, 일관성이 있지만 예측은 안 된다. 그래도 약속은 잘 지킨다. 그가 새로 얻은 삶이라고 표현하는 지금이, 오래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