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회에서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고, 저항하는가. 폭력적인 사회 안에서도 우리가 결코 빼앗길 수 없는 것, 영영 남아서 우리를 살게 하고 사회를 바꾸어내는 힘은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들에 대해 장애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어쩌면 이상한 몸’(오월의봄)이 건네는 대답을 나누고자 한다. 이것은 욕망과 마음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화자로 등장하는 사람만 10명인 이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정과 시설 안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이 수동적으로 돌봄을 받기만 한다는 통념과 달리, 가족은 장애인을 위한 복지로 생계를 충당하기도 하고, 직원이 부족한 시설에서 거주인들이 많은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도 한다. 장애여성이 노동을 할 수 없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다는 통념과 달리, 이들은 자신의 장애를 전문성으로 삼기도 하고 자신의 자식들에게 다른 세상과 삶을 주고자 애쓰고 있다.
장애여성이 노동과 돌봄의 주체가 되는 미래를 상상할 필요는 없다. 현재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현재의 삶을 가릴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려지는 것은 장애여성들의 욕망과 마음이다. 나는 ‘어쩌면 이상한 몸’에 담긴 이야기 중에서도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욕망과 마음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장애여성들은 일터에서 능력을 부정당했고, 가족으로부터 자신의 역할을 빼앗기기도 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이 낳을지 모를 아이 모두를 위해 임신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성적 욕망과 행동 모두를 통제당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감을 잃기도, 자존심이 상하기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어려워지기까지 했다. 한 사회 안에서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감이 꺾이고, 자존심이 깎이고, 욕망을 부정당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가 무력한 존재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욕망과 마음은 우리의 깊은 내면에서 튀어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집과 시설을 나와서 나의 힘으로 살고 싶어. 너를 사랑하고 너에게 사랑받고 싶어. 서로의 몸의 매력을 느끼면서 섹스를 하고 싶어. 전문성을 갖추고 어엿한 노동자로서 일하고 싶어. ‘어쩌면 이상한 몸’에 담겨 있는 것은 통제의 그물망에서 새어 나오고 삐져나오는, 어느새 그물망을 찢고 구멍을 키우고 있는 욕망과 마음이다.
모든 몸과 욕망은 제각기 이상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를 규격화하고 통제하려는 사회에 완전히 굴복할 수 없다. 저항은 옵션이 아니라 삶의 조건이다. 저항은 단결된 군중 이전에 우리의 몸과 욕망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상한 몸들의 욕망은 저항을 바라지 않을 때조차 저항으로 이어진다. 부정된 욕망과 그것을 추구하며 느끼는 쾌락으로부터 혁명은 출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