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그 전 앨범이 ‘MORE & MORE’였는데, 그 뮤직비디오에서 사과를 먹어요. 사과를 먹게 되면서 욕망이 살아나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 선을 넘는 트와이스가 되는 거예요.
2020년 10월,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걸그룹 트와이스는 〈I Can’t Stop Me〉로 컴백하면서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 출연했다. 앞의 인 용문은 신곡을 소개하는 예습 코너인 ‘문특 가요’에서 한 멤버가 직접 뮤직비디오에 담긴 세계관을 해설해준 내용이다. 많은 아이돌들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이는 모호한 이미지들은 가사와의 (불)일치 안에 서 한계보다는 다양한 해석을 위한 ‘떡밥’으로 작동한다. 팬들은 뮤직비디오를 보며 떡밥들을 통해 그 의미를 ‘궁예’하는데, 이것은 2차 창작과 같은 팬덤 문화와 연결된다. 그런데 이 인터뷰에서는 답을 아티스트가 먼저 알려줌으로써 해석의 여지를 축소해버리며, 한편으로 세계관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까지 막아버린다. 이는 이 글에서 살 펴볼 케이팝 세계관 콘텐츠의 ‘음모론적 구조’를 그러내는 하나의 예 시다.
음악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21세기 위험사회의 지배적 감정인 긴장과 불안은 대중음악이 ‘연행(performance)’되는 과정에서 중요 한 감정적 표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최유준은 크리스토퍼 스몰이 작곡과 연주, 청중의 감상을 넘어 무대를 꾸미고 티켓을 파는 노동자들까지도 ‘음악적 연행’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한 음악인류학적 논의 를 언급하며, 기존에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작품으로서의 음악’과 더 불어 ‘연행으로서의 음악’이라는 관점을 함께 갖출 때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비평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늘어나고 있는 아이돌 아티스트의 세계관 콘텐츠는 곡-뮤직비디오-무대 영상-인터뷰-예능 등 수없이 많은 요소들의 연결로 형성되기에, 케이팝(K-Pop)은 이러한 모든 요소가 생산·소비되는 과정을 포함하는 ‘연행’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처럼 음악을 ‘연행’으로 이해할 때, 세계관 콘텐츠를 활용하는 그룹들의 음악과 세계관은 뚜렷이 구분될 수 없다. 세계관 콘텐츠는 소속사, 아티스트, 팬덤, 그리고 플랫폼 사이의 상호 작용이라는 연행 에 따라 상당히 독특한 효과들을 창출해내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사회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케이팝 세계관 콘텐츠에서 나타나는 음모론적 구조와 네트워크- 이미지라는 두 가지 형태를 통해 사람들이 연결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의 가능성을 발견해보려 한다.
이후 이어지는 목차
•
뒤집히고 비틀린 추리소설과 합리주의
•
케이팝 세계관의 음모론적 구조와 자기완결적 세계관
•
태초에 광야가 있었다?
•
방탄소년단과 네트워크-이미지
•
네트워크-이미지, 시각 문화에서 공론장의 조건